미국 군사시설 여러 곳에서 냉동고 고장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군 당국이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29일(현지시간) 미군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미 육군 범죄수사국(CID)은 지난 8월 미군 시설 6곳의 매점에서 냉동·냉장고가 동시에 고장 난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애리조나주 포트 후아추카 군사기지는 공식 SNS에 진열대가 비어 있는 사진을 올리며 “냉동 장치가 밤새 해동 상태로 전환됐다. 모든 냉동식품이 상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캘리포니아주의 트래비스 공군 기지와 포트 어윈 기지, 와이오밍주 프랜시스 E 워렌 공군기지와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해군기지, 미시시피주 콜럼버스 공군기지 등에서도 동일한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시설에서는 단순히 냉동고의 전원이 꺼지거나 냉각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라 설정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달 초 프랑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냉장 설비 해킹 사건 당시의 현상과 매우 흡사하다.
지난 11일 밤부터 12일 새벽 사이 프랑스 곳곳에 있는 슈퍼마켓의 냉동고와 냉장 설비가 원격으로 조작돼 식품이 상하고 일부 매장에서 화재까지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350곳이 넘는 사업장이 해킹 공격을 받았으며 일부 매장의 냉장·냉동 설비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상승한 채 6시간 동안 높은 온도가 유지됐다. 이는 미군 시설에서도 확인된 현상이다.
프랑스 당국은 사건 직후 수사에 착수했다. 파리 검찰청은 해당 공격을 “여러 대형 식품 유통업체의 연결형 냉장 설비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사이버범죄수사국에 수사를 맡겼다.
미군 당국 역시 사이버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군 시설 사건과 프랑스 사건이 동일한 공격자나 수법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사건에서 해킹된 덴마크 기업 댄포스의 냉장 설비 제어 시스템이 미군 시설에도 사용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캘리포니아주 엘센트로 해군항공시설의 군 매점 관련 기록에는 댄포스 제어 시스템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시기적으로 미군 시설 사건이 프랑스 사건보다 앞서 발생한 상황에서, 미 수사 당국은 프랑스 수사기관과 협력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미 사이버사령부 소속 부서가 관계 부처 및 법 집행기관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식품 유통망을 직접 교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당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로이터는 “냉장 설비는 당초 현장 기술자가 직접 관리하는 독립 장비로 설계됐지만 원격 유지보수 등을 위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례가 늘면서 외부 침입 위험도 커졌다”고 짚었다.
산업용 사이버보안 업체 조나 시스템스 빌 무어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일련의 사건은 식품 공급망을 확실히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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