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아랍계 정당을 향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리쿠드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테러리즘과 유대 국가의 말살을 지지하는 아랍계 정당들에 의해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랍계 정당이 부패, 협박, 폭력, 거짓말, 금지된 소프트웨어 사용 등의 수단을 동원했다”며 관련 증언과 증거를 당국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리쿠드당 측은 아랍계 정당 라암당의 투표용지와 현금이 들어 있는 수천 개의 봉투가 투표 현장에서 발견됐고, 투표소 관계자들에 대한 협박과 폭력 등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지 경찰 역시 “라암당을 위한 표를 매수하려 한 혐의로 밤새 3명이 체포됐다”며 “현금 2만 4000셰켈(한화 약 1030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계 정당 겨냥한 이유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친네타냐후 정당들은 총 120석 중 5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네타냐후 진영’으로 분류되는 가디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의 진영은 48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두 진영 모두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랍계 정당들은 총 19석을 차지하며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아이젠코트 전 총장도 아랍계와의 연대 가능성을 공론화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야권이 아랍계 정당과 본격적인 공조에 나설 경우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진영은 정부 구성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현지 경찰이 관련자들을 체포한 라암당의 경우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하기 위해 아이젠코트 진영과 연정 구성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랍계 정당 일각에서는 리쿠드당이 선거 결과 자체에 불복하기 위한 ‘부정선거’ 포석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만수르 아바스 라암당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거짓말과 선동을 일삼고 있다”면서 “그가 우파 유권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라암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젠코트 전 총장이 이끄는 야샤르당 역시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에게 정부 구성 임무를 맡기게 되지만, 어느 진영도 과반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내년 초 다시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기본법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국정을 관리하는 과도정부의 총리로서 직무를 유지하게 된다. 현지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재선거를 노리며 ‘시간 끌기’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브라질 선거, 조작·부패된 것 같아”부정선거 주장이 나온 국가는 이스라엘 한 곳만이 아니다.
지난 25일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패배하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이 승리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시시피주 유세를 위해 이동하기 전 기자들에게 “룰라 대통령의 재선은 조작된 것 같았다. 선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하는데, 내게는 매우 좋지 않게 보였다”며 “특히 개표가 집계된 방식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어느 편도 들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선거는 지켜봤다. 정말 정말 부패한 것으로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현장으로 가기 전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이번 선거는 브라질 국민에게 매우 큰 수치”라며 “브라질 대선에 ‘불일치’ (discrepancy)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대선 결선 투표 다음 날 브라질 증시가 급락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선거 공정하면 결과 수용”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3일 있을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부정선거론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앞서 그는 지난 19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뉴멕시코는 즉시 이름을 ‘뉴아메리카’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멕시코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이름을 바꾸면) 뉴멕시코도 부정선거로 악명 높은 선거들을 다시 공정하게 치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뉴멕시코는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2016년 이후 공화당이 주 단위 선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FBI, 캘리포니아서 대규모 유권자 사기 조직 적발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최후통첩 보낸 지 며칠 만’’이란 제목의 뉴욕포스트 단독 기사를 트루스소셜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7일 텍사스주로 유세를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면 수용하겠다”며 조건부 승복 의사를 밝혔다. 이에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의구심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결과에 불복할 여지를 남겼다고 해석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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