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FA-50·함정 도입 이어 잠수함 사업 주목
한화오션, 기지·정비·훈련 묶어 제안…수주는 미확정
한국산 전투기와 군함을 도입한 필리핀이 잠수함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에 기지와 정비 시설, 인력 교육까지 묶어 제안했다. 함정을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로 운용할 기반까지 함께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필리핀의 군 현대화 사업이 한국과의 방산 관계를 무기 구매에서 장기적인 협력으로 넓힐 기회라고 분석했다.
양국 국방 당국도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길베르토 테어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세부에서 만나 인적 교류와 연합 훈련, 해양 안보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 강 장관은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필리핀은 이미 한국 방산의 주요 고객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2025년 한국의 주요 무기 수출에서 필리핀이 차지한 비중은 18%로,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는 계약액이 아니라 무기 이전 물량을 측정하는 SIPRI 지표(TIV) 기준이다.
잠수함 없는 해군…배와 함께 운용 기반도 필요
필리핀 잠수함 사업의 특징은 함정을 도입하면서 이를 운용할 조직과 시설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잠수함 전력이 없는 필리핀으로서는 승조원과 정비 인력을 양성하고 기지와 후속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함정 선택만큼 중요하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Ⅲ PN’은 한국 해군의 장보고-Ⅲ 잠수함을 바탕으로 한 필리핀용 설계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1일 한화오션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잠수함 사업 지원 방안을 설명했다고 발표했다. 제안에는 전용 기지 건설과 현지 유지·보수·정비(MRO) 센터 설립, 시뮬레이터 등을 활용한 운용·정비 인력 및 지휘관 교육이 포함됐다.
따라서 기지와 훈련을 묶은 구상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최근 양국 협력 논의를 계기로 기존 제안의 의미가 다시 부각된 것이다.
SCMP에 의견을 밝힌 전문가들은 잠수함 자체뿐 아니라 건조·운용·정비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공급업체가 이러한 역량 확보를 지원해야 일회성 판매를 넘어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도 후속 사업 기회…현지 생산은 별도 과제
한국 기업에도 운용 지원은 중요한 사업 영역이다. 함정 인도 뒤 교육과 정비, 부품 공급으로 협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해양·도서 방어 수요와 한국의 함정·항공기 수출 기반이 맞물리는 지점이다.
HD현대의 수빅조선소도 변수로 꼽힌다. SCMP는 이 시설을 향후 함정 정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다만 현지 조선소 운영이 곧바로 군함이나 잠수함의 현지 생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선 사업을 우선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전했다.
한화오션의 잠수함 수주 역시 확정되지 않았다. 기지·정비·훈련 지원은 현재 제안 단계이며, 실제 사업 범위와 기술 협력 수준은 계약과 후속 합의로 정해야 한다. 필리핀이 앞으로 선택할 대상은 잠수함 기종과 함께 도입 이후 운용을 뒷받침할 협력 상대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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