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GC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모든 자산, 타격 범위에 포함시켜라”
-“이란이 사거리 더 긴 미사일 생산 개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자체적으로 설정했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면서 중동 지역을 넘어 해외 미군 자산도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 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호세인 모헤비 IRGC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사거리 제한에 관한 질문에 “그 제한은 해제됐다”며 “이란은 이러한 능력을 실제 행동으로 입증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마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달 31일 이란군에 “지리적 제한 없이 대응하라”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모든 유·무형 자산을 이란군의 타격 범위에 포함하도록 군사 표적 목록을 전면 갱신하라”라고 지시한 바 있다.
IRGC의 이번 ‘사거리 제한 해제’ 발언은 모즈타바의 지시 후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란의 미사일 사정권이 현재 아라비아반도와 그리스·발칸반도 일부 지역을 넘어 유럽과 인도양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이란은 지난 3월 자국에서 약 5000㎞ 떨어진 인도양의 영국·미국 합동 군사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를 미사일로 타격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사거리 더 긴 미사일 생산 개시”이란이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하고 더 멀리 날아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생산을 개시했다는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4일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이란이 사거리가 더 긴 장거리 미사일 생산을 개시함으로써 유럽 전역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전쟁 상황에서 미사일 사거리 증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도 “이란군이 최근 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확대하기 위한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은 사거리를 늘린 새로운 미사일을 생산하는 것인지, 기존의 미사일에서 사거리를 늘리겠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란은 2017년 당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탄도미사일 개발 사거리를 2000㎞로 제한한다고 밝히면서 자발적으로 정책적 제한을 유지해 왔다. 이는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등이 모두 2000㎞ 이내에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설정한 사거리였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한다는 이란의 이번 발언은 현재 중동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미군 시설이 사정권 안에 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 워치는 “이란이 사거리가 더 긴 미사일에 다가가기로 한 결정은 유럽 전역의 미군 시설을 공격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해상에 있는 적대적인 군함과 약 5000㎞ 떨어진 디에고가르시아 섬의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8월 말 전쟁이 더욱 격화할 경우 유럽 내 미군 시설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는 분쟁의 지리적 확대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또 “현재 이란은 동유럽 대부분 지역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더 긴 미사일은 서유럽의 고가치 목표물 타격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 대륙 전역의 방공망이 극도로 약화한 상황에서 유럽 기지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RGC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선언이 나온 뒤 마누체르 모타키 전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국영방송에 “이번 전쟁의 여파는 유럽까지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란의 보수 성향 논평가인 알리 골하키 역시 “미국의 군사력과 물류 지원 체계에 참여하는 영국·이탈리아·그리스·독일 등이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를 선언한 배경이란이 이번 전쟁의 지리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를 선언한 배경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재개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니 시트리노비츠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미국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에 “이란은 특히 광범위하고 강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란이 기존에 공격받지 않았던 통신 인프라와 걸프 지역의 추가 전략자산까지 표적 목록에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지시가 물리적 사거리 제한이 아니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영국 방산 전문 매체 제인스의 중동 연구원인 제러미 비니는 지난 2일 “이란 최고지도자의 ‘지리적 제한 없는 대응’은 미사일의 물리적 사거리 제한이 아니라,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을 공격하지 않기로 한 별도의 합의를 가리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람샤르’ 등 장거리 탄도미사일 보유한 이란한편 현재 이란이 보유한 최장 사거리 탄도미사일은 4000㎞를 날아갈 수 있는 코람샤르 미사일이다.
코람샤르 미사일은 장거리 타격 능력과 대형 탄두 탑재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이란 전략미사일 전력의 핵심 무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대형 탄두를 장착하고도 최소 2000㎞를 비행할 수 있으며, 서방 전문가들은 해당 미사일에 경량 탄두를 장착할 경우 최대 약 4000㎞의 사거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이란은 사거리 2000㎞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가드르, 에마드, 세질 등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란이 코람샤르 등 수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넘어 미국 영토를 사거리에 두는 1만 5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논의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8월 압둘나비 무사비파르드 이란 최고지도자 대변인은 “사거리 1만 5000㎞의 미사일 개발을 논의 중”이라며 “이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한 공격이 필요하다. 이란의 미사일은 이미 예루살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란이 사거리 1만 5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경우 미 전역이 사정권에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미국 영토 전체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1만 2000~1만 3000㎞ 사거리의 미사일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1만 5000㎞ 사거리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언급은 이란이 다른 ‘불량 국가’의 개발 기술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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