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선적량이 올해 초보다 70% 넘게 급감했다. 최근 사우디의 원유 수출 통로를 겨냥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하루 평균 원유 선적량은 올해 초 약 750만배럴에서 9월 1~15일 약 210만배럴로 줄었다. 하루 기준 약 540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감소율은 7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동부 유전 지대와 홍해 연안의 얀부항을 연결하는 동서 송유관 등 주요 원유 수송로가 잇따라 막힌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길이 1200㎞인 동서 송유관은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홍해로 보낼 수 있는 핵심 시설이다. 최근에는 하루 400만~500만배럴을 운송해 왔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런데 해당 송유관이 최근 이란 대리세력의 공격을 받아 파손되면서 운영을 중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6일 석유업계 및 안보 분야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동서 송유관을 연결하는 펌프장 두 곳이 파손됐으며, 현재로선 복구 일정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해당 송유관은 이라크에서 날아온 드론 공격을 받은 뒤 가동이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동서 송유관 공격의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했지만, 현재까지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란이 장악한 사우디 해상 운송로해상 운송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우디 동부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전쟁으로 해협이 봉쇄되면서 선박 운항이 크게 줄어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통로인 홍해는 이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실상 장악한 상황이다. 후티 반군은 최근 홍해 연안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사우디 선박에 대한 공격 위협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유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한국은 사우디 원유 수출 물량의 약 14%, 일본은 약 13%를 차지한다. 사우디 전체 수출량의 27%가 한국과 일본으로 오는 셈이다. 중국 역시 사우디 원유의 핵심 아시아 시장이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 감소 기간이 길어진다면 한국과 일본 정유사들은 다른 산유국에서 원유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체 원유의 가격과 운송비가 오를 경우 정제 비용도 커질 수 있다. 이는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제유가 폭등세와 관련해 국내 정제유 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SNS에 “원유 특사 파견 등 원유 외교 강화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장거리 원유 수송비 보조 조치 등을 통해 70%에 달하던 중동 의존도를 몇 달 만에 50%대로 낮췄다”며 “앞으로도 원유 수입 다변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에 관한 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정제유 가격은 계속 안정될 것”이라며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정제유가 폭등에 따른 이익이 크고, 정부가 국내 가격 및 수출 물량 통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사상 최대 수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송유관 1개월 중단 시 재앙적 수준 위험”이 대통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발 원유 대란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6일 해양정보업체 케플러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이 감내해야 할 공급차질 규모는 약 1억 2000만 배럴에 달할 전망”이라며 “이는 월간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송유관 운송망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플러의 아메나 바크르 중동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 부문 분석 책임자는 NYT에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두 곳의 주요 수송로가 막힌 상황에서 이란이 공격을 격화하고 있다”며 “이란 대리 세력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가운데 외교적 협상의 조짐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에너지 관점에서 볼 때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CNBC에 “사우디 동서 송유관 송유관 가동 중단은 짧고 일시적인 차질”이라며 “기간은 수일 단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약 6주 내에 송유관의 수송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재앙적 위험을 우려한 ‘송유관 1개월 중단’보다 2주 더 긴 기간이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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