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걸프국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NBC 등 현지 언론은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과 외교관들이 중동 주둔지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는 “미군은 최근 중동 전역의 기지에서 병력 규모를 ‘조용히’ 축소하고 있다”며 “이번 병력 감축은 해당 지역의 지속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새로운 군사 행동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까지 철수 명령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작전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의 팀 호킨스 대변인은 CBS에 “우리는 임무 수행 태세를 최적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미군 병력과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어 “작전 보안상의 이유로 관련 이동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며 “미군은 이 지역 전역에서 미국 인력과 국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 재개를 앞두고 걸프 각국의 미군 병력을 후방으로 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이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과 상륙함 전력을 증강하는 한편, 이란과 후티 반군의 위협이 커지면서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 공격을 재개할 경우 이란이 걸프 지역의 미군 기지와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미리 병력을 재배치할 경우 보복 공격이 시작된 뒤 병력을 급히 철수시키는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의 재배치는 방어적 조치일 가능성과 장기적인 주둔 전략 변경의 가능성을 모두 안고 있다.
“중동 국가, 스스로 지켜라” 파장중동 주둔 미군의 재배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역내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일 톰 배럭 주 튀르키예 미국대사 겸 시리아·이라크 특사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안보포럼에서 “수십 년간 국제안보의 토대였던 합의들이 중대 변화를 겪고 있다”며 “중동을 비롯한 각국은 역내 협력을 통해 자국 안보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80년간 세계 안보 보장을 맡아온 미국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며 “‘페트로 달러’ 체제는 더 이상 미국의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페트로 달러 체제는 중동 산유국이 석유를 미국 달러화로만 판매하는 대신 미국이 중동 안보를 보장해 온 시스템을 의미한다.
배럭 특사는 “미국인들은 중동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걸프 국가들도 미국이 자신들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중동 국가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 WSJ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놓고 뒷수습을 걸프국들에 떠넘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란·후티 공격 위협 동시에 받는 사우디한편 현재 걸프국 가운데 공격받을 위험이 가장 큰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우디를 겨냥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후티 반군도 예멘 내전에서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를 향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1일 밤 사우디 동부 담맘에 있는 킹 파드 국제공항이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 최대 규모의 공항인 킹 파드 국제공항 피격으로 현지 주민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미사일과 드론의 공격으로 공항 시설 일부가 파괴돼 항공편들이 우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우디는 자국으로 날아오는 드론 최소 7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를 겨냥한 후티 반군의 공습이 이어지자 미국 정부는 사우디에 체류 중인 미국 정부 직원 및 가족들에게 출국 명령을 내렸다.
미국 국무부의 토미 피곳 대변인은 이날 엑스(X)에 성명을 내고 “국무부는 사우디에 체류 중인 미국 정부 직원들 가운데 긴급 대응에 필요한 인원이 아닌 직원과 해당 직원의 동반 가족들에게 출국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민간 공항과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포함해 사우디에 대한 적대 행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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