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무기 생산시설을 겨냥해 방화 공작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마니아 정보국(SRI)은 이날 러시아가 지휘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화 공작망을 확인했다. 해당 조직은 지난 9월 14일 루마니아 중부의 한 국영 무기 제조업체 인근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루마니아 검찰은 방화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벨라루스인 2명과 우크라이나인 1명의 신병 인도를 추진 중이다. 벨라루스인 2명은 독일에서, 우크라이나인 1명은 폴란드에서 각각 체포됐다.
정보국은 “러시아 측 지휘관들이 국영·민간 무기 생산시설과 군사·산업적으로 중요한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작망의 전체 규모와 추가 공격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루마니아 측은 “독일에서 체포된 벨라루스인 2명은 독일 내에서 유사한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나토 무기 공급망 병목 심각루마니아 정보국의 이번 조사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무기 생산 병목 현상을 겪는 와중에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약 1년이 지난 2023년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는 하루 평균 5000~6000발 이상의 포탄을 발사하는데 이는 평시 유럽 소규모 국가의 연간 주문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전한 바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달 공개한 유럽 방위산업 분석에서 “유럽의 방산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의 계약 체결 지연과 공급망 병목, 금융 조달 문제, 숙련 인력 부족 등이 생산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무기 중에서도 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미사일의 경우 생산의 구조적 한계 탓에 빠르게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 역시 공급망 병목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르민 파페르거 독일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7일 유로뉴스에 독일의 미사일 비축량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면서 “미사일은 그렇게 빨리 생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로켓 모터뿐 아니라 탄두에서도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독일과 유럽, 나토가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정 비축 수준을 회복하려면 생산 속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토 방산 생산 능력 부족해 한국산 무기에 관심”나토도 방산 생산 능력 확대의 절실함을 인정했다.
라드밀라 셰케린스카 나토 사무차장은 지난 8월 말 아일랜드 국제유럽문제연구소(IIEA)에서 열린 행사에서 “동맹 전체의 산업 기반을 모두 합쳐 보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역시 지난 7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 방산업체 대상 무기 주문이 약 3000억 달러(한화 약 453조원)에 달한다”며 현재 유럽의 주요 무기 생산라인의 과부하 상황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제외한 나토 31개 회원국은 신규 방위 프로그램과 국방 투자에 총 2500억 달러(한화 약 331조원)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정작 생산 능력이 이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이 최근 들어 한국산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내는 이유에 대해 “나토 회원국들로부터 구매하고 싶어도 현재 나토의 방산 생산 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유럽 각국 군수시설 공격 받아나토가 무기를 빠르게 생산하지도, 많이 생산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유럽 각국의 군수시설을 노린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에스토니아 정부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에 군사용 무인차량을 공급하는 밀렘 로보틱스 시설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보기관을 지목했다.
루마니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원국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방화와 사이버 공격, 드론 침범 등을 동원하는 하이브리드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는 유럽에서 벌어진 공격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거듭 부인해 왔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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