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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월 28일 일한다…‘김정은 돈줄’ 北 노동자, 러 기업이 알선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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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00명 단위 공급 광고…신분증 통제로 도주 방지 내세워
노동자 몫은 임금의 10~25% 분석…업체 측 불법 모집 의혹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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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사진과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합성 이미지. 서로 다른 시점·장소의 장면을 조합했으며 실제 공장 방문 장면은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권의 외화벌이 수단인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 기업에 50~100명씩 알선하는 온라인 광고가 드러났다. 하루 12시간·월 28일 근무를 내세운 광고는 북한 대사관의 신분증 통제와 계약 위반 시 처벌까지 도주 방지 근거로 제시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인권단체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의 조사를 토대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알선망을 보도했다. GRC는 러시아 기업·조달 기록과 보존된 온라인 광고, 소셜미디어 사진·영상 등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러시아 사업가 블라디미르 소콜로프가 이끄는 블랙호스 그룹과 연계된 플랫폼 KNDR.su다. 이 사이트는 최소 50명 단위로 북한 인력을 공급하며 농업·건설·제조업 등에 투입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광고는 북한 노동자들이 지각하거나 결근하지 않고 술을 마시거나 다투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루 12시간·월 28일 근무를 제시하면서 경쟁 업체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점도 내세웠다.

신분증 통제하며 “도망가지 않는다”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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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모스크바주 식품업체 KPP 루스콘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라고 국제인권법 재단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가 공개한 사진. 블라디미르 소콜로프 SNS·GRC 제공


사이트는 북한 노동자들이 도망가지 않는다고 홍보하면서 북한 당국의 통제를 이유로 들었다. 북한 대사관이 신분증명서를 관리하고 노동자들이 관리자·통역·조리사를 둔 집단으로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최소 계약 기간은 1년이며 계약을 어기면 본국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문구도 있었다. GRC는 신분증 보관과 이동 제한, 처벌 위협이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강제노동 징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노동자가 김 위원장 정권의 ‘돈줄’로 불리는 이유는 해외에서 번 임금 대부분이 노동자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기업 코리아리스크그룹의 슈레야스 레디는 FT에 북한 노동자들이 통상 임금의 10~25%만 받고 나머지는 북한 국영기업과 정권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계약의 개별 임금 내역이 아닌 북한 해외 노동자 전반에 대한 분석이다.

노동자가 해외에서 일해 벌어들인 외화를 북한 당국이 확보하는 구조다. GRC는 해외 노동자 파견 수익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군수산업으로 흘러간다고 지적했다.

공장에서는 일하고 서류에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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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관계자들이 러시아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글로벌라이츠컴플라이언스(GRC) 제공


알선망은 북한 주민들을 학생 비자로 입국시켜 러시아 기업에 배치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GRC는 이들을 대학에 명목상 등록한 뒤 산업 현장의 실습생으로 보내 취업 제한과 노동법 적용을 피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GRC가 운영 책임자로 지목한 루슬란 주코프는 고용 희망자로 가장한 조사원에게 북한 인력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통신교육을 받으며 공장에서 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공식 답변에서는 노동자가 아닌 교육과정에 따른 실습생이라고 반박했다.

GRC는 모스크바 인근 반려동물 사료 생산업체 KPP 루스콘에서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인 50명의 실습 배치를 위한 13만 3800달러(약 1억 7800만원) 규모 계약도 조달 기록에서 찾았다. 계약액에는 알선 수수료와 보험료 등이 포함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는 회원국에 소득을 올리는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송환하도록 했다. GRC는 학생이라는 명칭을 붙여도 실제 노동의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코프는 불법 모집과 제재 회피 의혹을 부인했다. 북한 인력은 학생이며 지급되는 돈도 임금이 아닌 장학금이라는 입장이다. GRC는 KNDR.su를 통해 실제 배치된 북한 노동자의 전체 규모는 산출하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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