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대선 결과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선거는 브라질 국민에게 큰 망신거리였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선거를 지켜봤으며 어느 편도 들지않았다. 현 대통령(룰라)이 나에게 어느 편도 들지 말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브라질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니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었다”면서 “시장을 보라. 완전히 폭락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브라질 대선 패배 후 비밀리에 도망친 우파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미국에 도착한 지 단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28일 오전 보우소나루 의원 가족은 소형 전세기를 타고 마이애미의 오파로카 공항에 도착했다. 특히 보우소나루 의원은 이날 엑스에 처음에는 자신이 ‘선출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가 삭제하고 브라질의 ‘합법적인 지도자’라고 자칭했다. 그는 “나는 6000만명 유권자뿐 아니라 브라질 국민 모두의 지도자이며 선거를 훔쳐 간 자들은 폭정을 주도한 범죄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25일 열린 대선 결선에서 48.21%를 득표해 51.79%를 얻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의원은 법원의 투표 시간 연장 결정에 항의하며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했다. 이에 보조를 맞추듯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브라질 대선 결과에 대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 정말 부패한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더 큰 논란은 대선이 끝난 직후 벌어졌다. 지난 26일 브라질 대법원은 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24시간 이내의 여권 반납과 출국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같은 날 보우소나루 의원은 “출국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브라질에 남아 야당을 이끌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도피를 위한 거짓말이었다. 27일 오전 보우소나루 의원은 여권 제출 마감 시한을 어긴 채 수도 브라질리아의 자택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가족과 함께 육로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전세기를 타고 에콰도르를 거쳐 미국 마이애미로 향했다. 브라질 사법 당국에 따르면 그는 온라인 도박 사기 조직과 연계해 10억달러(약 1조 3500억원) 이상을 세탁한 혐의를 받은 브라질 변호사와 결탁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브라질 법원의 출국 금지 명령을 인지했음에도 보우소나루 의원의 입국을 허가하고 비자도 발급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물심양면 보우소나루 의원을 돕는 것은 이 가문과의 개인적인 친분과 함께 강력한 우파 이념 동맹 관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브라질 우파 진영을 노골적으로 지지해 왔으며 남미 좌파 대부인 룰라 대통령을 견제해왔다. 또한 미국 내 보수 성향의 브라질 표심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자리 잡은 약 200만 명의 브라질 교민 사회는 역사적으로 강한 보수성향을 띠고 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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