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2 조종석서 AI 무인전투기 퓨리에 전술 명령
자율 기동·모의 전투 수행…韓도 무인편대기 개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비행 중 인공지능(AI) 무인전투기를 지휘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조종사 한 명이 자신의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다른 무인전투기에 전술 명령까지 내린 것으로, 미래 공중전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실전 운용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KF-21 보라매와 함께 작전을 수행할 무인편대기를 개발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공군과 방산업체 안두릴이 F-22 조종석에서 차세대 무인전투기 YFQ-44A 퓨리를 공중 통제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항공전문매체 더에비에이셔니스트와 우크라이나 군사전문매체 밀리타르니 등도 시험 성과와 향후 전력화 전망을 잇달아 전했다.
이번 시험은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진행됐다. F-22와 퓨리는 각각 이륙해 공중에서 합류했으며, F-22 조종사는 전술 데이터링크를 통해 퓨리에 변경된 임무 계획과 전술 명령을 전달했다.
퓨리에 탑재된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는 명령을 실시간으로 해석해 비행경로와 기동을 조정하고 모의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조종사가 무인기의 움직임을 일일이 원격 조종하는 대신 임무를 지시하면 AI가 구체적인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F-22가 공중 지휘관으로…무인전투기에 전술 명령
미 공군은 이번 시험에서 F-22 조종사가 공중의 쿼터백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미식축구에서 공격을 지휘하는 쿼터백처럼 유인전투기 조종사가 무인전투기에 전술적 지시를 내리고 임무 수행을 감독하는 개념이다.
안두릴 측은 워존에 F-22가 YFQ-44A를 공중에서 직접 통제한 첫 사례라고 확인했다. 앞서 F-22는 지난해 MQ-20 어벤저 시험용 무인기를 통제했고, 퓨리도 올해 F-35와 편대비행을 했지만 당시 F-35 조종사가 공중에서 전술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더에비에이셔니스트는 17일 미 공군이 F-22를 협동전투항공기(CCA) 사업의 초기 통제 플랫폼으로 지정한 점에 주목했다. 미 공군은 향후 F-35와 F-16, F-15 계열 전투기까지 무인전투기 통제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F-22 조종석에 어떤 통제 장비를 설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종사 한 명이 여러 무인전투기를 동시에 지휘하는 능력도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다.
미사일까지 쏘는 AI 무인전투기…韓 KF-21은 어디까지?
이번 시험에 투입된 퓨리는 안두릴이 개발한 제트추진 무인전투기다. 미 공군의 CCA 사업에 따라 유인전투기와 함께 정찰과 공격, 적 방공망 교란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밀리타르니는 18일 안두릴이 지난 7월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초기 생산 단계의 FQ-44A를 공개했으며, 미 공군도 기체를 인수해 자체 운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퓨리는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발사 시험을 진행했으며, 다른 무장과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번 F-22 연계 시험에서는 실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모의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18일 무인전투기가 F-22의 기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F-22는 뛰어난 공중전 능력을 갖췄지만 무장 탑재량과 항속거리 등에 제약이 있다. 무인전투기가 추가 미사일을 운반하거나 외부 센서와 기만용 표적 역할을 맡으면 작전 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공군은 안두릴의 FQ-44A와 제너럴아토믹스의 FQ-42A 벤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2032년까지 1차 사업을 통해 무인전투기 최소 500대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12월에는 대규모 훈련에서 유인전투기와 무인전투기의 통합 운용 능력도 시험할 예정이다.
한국은 KF-21을 중심으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대한항공은 저피탐 무인편대기(LOWUS·로우어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시범기 제작과 관련 기술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로우어스는 KF-21 등 유인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면서 정찰과 전자전, 공격 등의 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KF-21을 기반으로 무인전투기를 통제하는 미래 공중전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은 무인편대기와 유인전투기의 연계 운용 기술을 개발·검증하는 단계다. 미국이 이번에 선보인 F-22와 퓨리의 공중 전술 통제 능력을 확보하려면 관련 기술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미 공군이 조종사 한 명의 지시로 AI 무인전투기가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입증하면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역시 KF-21과 무인편대기의 실질적인 연계 운용 능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향후 전력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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