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미국으로 도피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상원의원이 미국 마이애미의 오파로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8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의원과 가족이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소형 전세기를 타고 활주로에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보우소나루 의원은 폴로셔츠를 입은 캐주얼한 모습에 가방을 메고 있었으며, 전세기 계단을 내려올 때는 그의 아내와 두 딸이 함께 있었다. 또한 그의 도착을 확인하고 순식간에 취재진이 몰려들자 경호팀이 대형 우산 여러 개를 펼쳐 보우소나루 가족의 모습을 차단했다.
특히 보우소나루 의원은 이날 엑스에 처음에는 자신이 ‘선출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가 삭제하고 브라질의 ‘합법적인 지도자’라고 자칭했다. 그는 “나는 6000만명 유권자뿐 아니라 브라질 국민 모두의 지도자이며 선거를 훔쳐 간 자들은 폭정을 주도한 범죄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25일 열린 대선 결선에서 48.21%를 득표해 51.79%를 얻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앞서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룰라 대통령을 약 220만표 차이로 제쳤으나, 21일 만에 열린 결선에서는 약 440만표 차이로 역전패한 것이다. 이후 보우소나루 의원은 법원의 투표 시간 연장 결정에 항의하며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했다.
더 큰 논란은 대선이 끝난 직후 벌어졌다. 지난 26일 브라질 대법원은 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24시간 이내의 여권 반납과 출국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같은 날 보우소나루 의원은 “출국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브라질에 남아 야당을 이끌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도피를 위한 거짓말이었다.
27일 오전 보우소나루 의원은 여권 제출 마감 시한을 어긴 채 수도 브라질리아의 자택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가족과 함께 육로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 전세기를 타고 에콰도르를 거쳐 미국 마이애미로 향했다. 약 72시간 동안 ‘007 작전’처럼 진행돼 브라질 당국도 허를 찔린 셈이다. 이처럼 그가 야반도주하듯 서둘러 미국으로 간 이유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법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브라질 사법 당국에 따르면 그는 온라인 도박 사기 조직과 연계해 10억달러(약 1조 3500억원) 이상을 세탁한 혐의를 받은 브라질 변호사와 결탁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브라질 법원의 출국 금지 명령을 인지했음에도 보우소나루 의원의 입국을 허가하고 비자도 발급했다.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미국행에 대해 “몰래 자기 나라를 빠져나가는 사람은 뭔가 숨길 게 있다는 것”이라며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박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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