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가 이란의 중재를 통해 후티 반군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405억원)을 제공하고 사우디를 겨냥한 공격을 중단시키는 휴전 합의를 추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 이스라엘 하욤은 지난 26일 “최근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부 장관의 이란 방문은 후티 반군과의 휴전 협상을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사우디가 이란을 통해 후티 반군에 10억 달러를 전달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해당 매체에 “빈 살만 국방장관이 이란에 갈 때 이용한 허큘리스 군용 수송기에 해당 자금(현금)을 싣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후티 반군 간의 협상은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후티가 사우디 본토의 주요 시설을 겨냥해 6차례의 대규모 군사 작전을 단행했다고 히며 또 다시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탄도미사일과 일반 미사일을 발사해 라스 타누라의 정유시설과 아브카이크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석유시설을 정밀 타격했다”며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으며 담맘의 킹파드 국제공항에는 드론 공격을 감행해 공항 내 항공 교통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비그의 정유시설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나지란 지역의 사우디군 집결지 본부를 공격해 사우디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가 10억 달러 들고 간 배경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후티 반군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당국자는 이스라엘 하욤에 “후티 반군과의 분쟁 배경에는 약 3년 전 합의한 사항의 이행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3년 전 합의’는 2022년 10월 유엔이 중재한 예멘 휴전이 종료된 뒤 사우디가 분쟁 해결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후티 반군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기로 한 약속을 의미한다.
2023년 1월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예멘 지역의 공공부문 종사자 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는 아랍계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급여 지급 대상에는 일반 공무원뿐 아니라 군·치안 분야 종사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후티 반군은 전쟁 피해 보상과 전후 재건 비용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합의는 급여 지급 재원과 대상, 이행 방식 등을 둘러싼 양측 이견이 이어지면서 포괄적인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스라엘 하욤은 “후티 반군은 사우디가 이러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지난 몇 달간 고강도 공격을 이어갔다”며 “사우디 등 메카 동맹과 후티 반군 및 이란의 이번 회담은 사우디에 외교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사우디의 공식 입장은 후티 반군과의 새로운 휴전에 반대하며 ‘군사적 협박’에 굴복하거나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사우디는 자국이 지원하는 예멘 정부가 후티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때까지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테헤란 회담, 전쟁 재개 막기 위한 마지막 시도 ”한편 빈 살만 국방장관의 이번 방문에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최고사령관과 이브라힘 칼린 튀르키예 국가정보국장 등 이른바 ‘메카 동맹’이 함께 했다. 이란 측에서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작전을 명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열렸다. 특히 후티 반군이 지난달 사우디를 겨냥한 공격을 강화한 이후 양국 간 첫 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란과 접촉한 사우디·파키스탄·튀르키예는 최근 결성된 메카 동맹의 핵심 국가들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과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튀르키예, 경제력을 지닌 사우디가 참여하는 메카 동맹은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후티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메카 동맹국들의 분쟁 개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집트도 35년 만에 사우디 방어를 위한 군사 지원을 승인하면서 중동을 둘러싼 전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메카 동맹국들의 이번 움직임이 실질적인 외교 돌파구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CNN에 “이란은 추가 군사공격을 막을 확실한 보장을 원하지만, 사우디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이를 제공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들 국가가 미국이나 이란의 판단을 바꿀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회담은 전쟁 재개를 막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가까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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